지난 뮌헨 국제 오토모빌 박람회(IAA)는 개최지 이전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볼거리와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과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공세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습니다.
사라지는 소형차, 주목받는 소형 전기차
이번 IAA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소형 및 콤팩트 차량이었습니다.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 소형차 ID.2를 공개하며 도시 이동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러 색상을 조합한 ‘할리퀸’ 버전은 ‘폴로 광대’라는 애칭을 얻으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소형 SUV 버전 ID.Cross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뒷좌석 하단에 충전 케이블을 보관하는 등 실용적인 디테일을 갖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 SUV로서 높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주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모터쇼의 주인공은 여전히 대형 모델들이었습니다.
전시장을 지배한 ‘거인들’, 도심형 자동차는 어디에
실제로 전시장은 유망한 소형 프로토타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형 SUV와 럭셔리 세단으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5미터가 넘는 전장을 자랑하는 중국 샤오펑(Xpeng)의 P7과 같은 모델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도심 주행에 적합한 실용적인 차량을 원하는 다수의 관람객 기대와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오히려 비실용적이고 거대한 차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아우디와 같은 기존 강자들조차 의문스러운 전략을 보였습니다. 아우디의 핵심 모델인 Q3는 마치 잊힌 듯 전시장 2층 한적한 곳에 외롭게 전시되어,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그들의 고심을 엿보게 했습니다.
‘중국의 공습’과 암울한 전망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자동차 산업의 상황이 2008년 태양광 박람회 ‘인터솔라’를 연상시킨다고 경고합니다. 당시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고, 이와 유사한 흐름이 오늘날 자동차 산업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샤오펑(Xpeng), 비야디(BYD)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은 향후 몇 년 안에 유럽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 확실시됩니다.
물론 수십 개에 달하는 중국 제조사들이 모두 경쟁에서 살아남지는 못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적으로 5개 내외의 거대 중국 기업이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유럽의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들이 이들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