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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유럽 판매 반등 성공… 한국선 신형 ‘주니퍼’ 차별 논란

테슬라가 5년 만에 야심 차게 내놓은 ‘모델Y’ 신형 ‘주니퍼’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해 유독 한국에서만 외장 색상과 구동 방식 등의 선택 폭을 크게 축소해 출시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주니퍼 롱레인지 사륜구동(AWD) 모델은 1회 충전 시 476km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201k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4.3초 수준이다.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은 73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옵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 제공되는 주니퍼의 외장 색상은 글레이셔 블루, 울트라 레드, 퀵 실버 단 세 가지뿐이다. 반면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만 해도 스텔스 그레이, 글레이셔 블루, 펄 화이트 멀티 코트, 퀵 실버, 울트라 레드 등 5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대만 역시 펄 화이트 멀티 코트, 솔리드 블랙, 스텔스 그레이, 퀵실버, 울트라 레드 등 5종을 제공하며 중국, 호주, 필리핀, 홍콩 소비자들 모두 5가지 색상 선택권을 가진다.

유럽과 중동의 상황도 비슷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지역과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서도 5가지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본사가 위치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스텔스 그레이, 울트라 레드, 펄 화이트 멀티 코트, 퀵 실버 등 4가지 색상을 지원한다. 사실상 전 세계 주요 판매국 중 한국 소비자들만 유일하게 3가지 색상 안에서 차를 골라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구동 방식과 휠 사양에서도 차별 논란은 이어진다. 일본이나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후륜구동(RWD)과 사륜구동 모델 중 선택이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오직 사륜구동 모델만 구매할 수 있다. 눈길 등에서 구동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가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타이어 안쪽 부품인 휠 사이즈 역시 일본은 19인치와 20인치를 모두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가격이 더 비싼 20인치 단일 옵션으로 묶어두었다. 동호회를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테슬라의 정책을 두고 노골적인 한국 시장 홀대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기나긴 부진 끊어낸 유럽 시장과 거센 중국의 추격

한국에서의 불협화음과는 대조적으로, 유럽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마침내 오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의 유럽연합(EU) 내 신규 등록 대수는 1만 3740대를 기록해 2025년 2월 대비 29%나 급증했다. 등록 대수는 실제 차량 인도량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지표다. 영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들을 모두 포함한 전체 유럽 시장 기준으로도 약 12% 증가한 1만 7664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월간 성장세다. 지난해 테슬라가 베스트셀링 모델들의 저가형 버전을 새롭게 투입하고 각종 판매 촉진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마침내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시장 자체의 친환경차 전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지난달 유럽 전체에 등록된 약 97만 9000대의 차량 중 무려 3분의 2가량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도 테슬라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사인 BYD는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162%라는 경이로운 폭등세를 보이며 1만 7954대를 판매했다.

테슬라의 주가 흐름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최근 화요일 오전장에서는 1.3%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업체들의 전반적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3월 들어서는 4.2% 하락했다. 지난 3개월을 기준으로는 14.2%나 주저앉으며 기나긴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의 그림자와 ‘FSD’ 승부수

최근 1년 넘게 이어진 유럽 내 판매 부진의 이면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촉발한 오너 리스크가 짙게 깔려 있다. 거침없는 정치적 발언들로 인해 그 스스로가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유럽 내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에서 2024년 말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영국과 미국 등 여러 국가의 현안에도 수시로 개입하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EU 규제 당국과의 마찰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그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기업 X에 EU가 1억 2000만 유로(약 1억 39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머스크는 EU 해체를 강하게 주장하며 “과도한 규제가 유럽을 서서히 목 조르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국면 속에서도 테슬라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늦어도 2024년 7월부터 유럽에서 FSD 판매를 시도해 온 테슬라는 현재 네덜란드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네덜란드 도로교통청(RDW)은 지난 1년 반 동안 테슬라와 협력하며 테스트 결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르면 오는 4월 10일경 소프트웨어 사용이 승인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네덜란드에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게 되면 올여름 안에는 EU 전역으로 FSD 승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테슬라 측의 계산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테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현실 기반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유럽에서도 승인될 것으로 본다”며 “유럽 사람들도 테슬라 차량의 AI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강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