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i4 M50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고성능 EV를 선보여 온 BMW지만, 내연기관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낸 ‘진짜 M’의 부재는 팬들에게 늘 묘한 갈증을 남겼다. 하지만 딜러 전시장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할 순수 전기 M 모델을 만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내년 전기 M3의 정식 데뷔를 앞두고, 뮌헨의 엔지니어들이 이번 주말 르망에서 새로운 콘셉트카를 통해 전기 슈퍼 세단의 밑그림을 마침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BMW M 콘셉트 노이어 클라세(M Concept Neue Klasse)’. 사실상 이름표만 다를 뿐 실질적인 전기 M3의 프리뷰 모델이다. 이전에 공개됐던 비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VDX) 콘셉트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은데, 이는 양산형 모델에 한층 가까워지도록 현실적인 톤다운을 거쳤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산과 천연 소재의 만남
2027년형 i3 전기 세단을 베이스로 한 이 M 콘셉트는 근육질로 부풀어 오른 휠 아치와 영리한 공기역학적 설계로 시선을 압도한다. 후드의 V자형 에어 벤트는 거대한 프론트 스플리터와 짝을 이루고, 후면부에는 과격한 디퓨저가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파츠들이 천연 섬유 복합재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카본 파이버와의 점진적인 작별을 고하는 BMW의 새로운 엔지니어링 방향성이 엿보인다.
미래지향적인 실루엣 속에서도 과거의 유산은 영리하게 녹아있다. 전면부의 날렵한 샥스 노즈(Shark nose)와 후면의 덕테일 스포일러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 출전하는 M 하이브리드 V8 레이스카를 오마주한 더블 옐로우 라이트, 그리고 전후면 범퍼에 돌출된 수직형 사각 조명은 매끄러운 차체 곡선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디테일의 집요함은 휠에서도 드러난다. 센터락 휠의 좌측은 차체의 새로운 색상과 결을 맞춘 몬자 레드(Monza Red)로, 우측 센터 캡은 M 고유의 컬러를 담은 블루 링으로 포인트를 주어 비대칭의 미학을 완성했다.
누벅 가죽과 쿼드 모터가 빚어낸 실내외 스펙
실내로 들어가면 롤바 때문에 다소 타이트해 보이는 뒷좌석 공간에도 버킷 시트가 적용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M 모델 최초로 롤바와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을 감싼 블랙 누벅(Nubuck) 가죽은 트랙 지향적인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기술적인 제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총 4개의 전기 모터 탑재 사실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완벽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전륜 모터의 개입을 차단해 순수한 후륜구동의 짜릿함을 선사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100kWh 이상의 넉넉한 용량을 자랑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팩은 M 모델 특유의 가혹하고 반복적인 출력 전개를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되었다. 여기에 800V 아키텍처가 맞물려 신형 i3와 동일한 최대 400kW 급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니, 퍼포먼스 EV의 고질적인 충전 스트레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숨겨진 도어 핸들, 양산화의 신호탄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디자인적 연결 고리가 있다. M 콘셉트의 측면을 보면 신형 i3의 팝업식 도어 핸들 대신 벨트라인에 교묘하게 통합된 윙렛(Winglet)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뒷좌석 승객이 어떻게 탑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지만, 아마도 앞서 언급한 VDX 콘셉트처럼 호프마이스터 킨크에 뒷문 손잡이를 숨겨두었을 확률이 높다.
중요한 건 이 ‘숨겨진 도어 핸들’이 단순히 콘셉트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식 데뷔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 중인 차세대 X5(코드명 G65)의 위장막 프로토타입 사진에서도 이 독특한 도어 캐치가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에서 비슷한 방식을 본 적은 있지만, 신형 X5는 뒷좌석 도어까지 이 윙렛을 적용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러한 설계의 배경에는 ‘노이어 클라세’ 특유의 환원주의적 디자인 언어가 자리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어 측면 실루엣을 매끄럽게 다듬으려는 의도다. 공기역학적인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기준 141kWh, 북미 기준 144kWh라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배터리를 품게 될 순수 전기 모델 ‘iX5’에게 공력 성능 개선을 통한 주행거리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팝업식 도어 핸들 역시 공기역학적 이점이 있지만, 작은 윙렛 구조가 기류를 조금 더 원활하게 다듬어줄 수 있다.
다변화되는 라인업과 수소의 잠재력
사실 도어 핸들을 숨기는 시도가 양산형 라인업에서 완전히 처음은 아니다. 50대 한정판인 타르가 탑 구조의 스카이탑(Skytop)과 70대 한정 생산될 스피드탑(Speedtop) 슈팅 브레이크 등 M8 기반의 스페셜 모델들에서 이미 선행 테스트를 마쳤다. 이 흐름은 2027년 출시될 차세대 X7과 2028년형 X6로도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매끄러운 쿠페형 SUV의 실루엣을 극대화하는 데 이만한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새로운 안전 규제 탓에 중국 롱휠베이스 전용 iX3와 i3가 팝업식 핸들 대신 기존의 반밀폐형 디자인으로 급선회해야 했던 해프닝을 생각하면, 지역별 규제라는 변수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도어 핸들 디자인의 혁신을 넘어, 차세대 X5는 파워트레인 전략에서도 BMW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정표를 세운다.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iX5) 등 기존의 라인업을 촘촘히 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28년에는 수소 연료 전지 모델까지 투입해 총 5가지의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과거 연구 목적의 수소차를 만들었던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도요타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고객에게 판매되는 양산차를 내놓는다. 대다수의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기반 EV에만 사활을 거는 지금, BMW는 수소의 잠재력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들만의 유연하고 다변화된 미래를 빚어내고 있다.



